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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야기<설악신문>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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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4건 조회 3,524회 작성일 13-10-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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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야기
발행일 : 2013.10.14 [1125호] / 2013.10.13 19:03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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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혁신학교 연수로 강원도교육연수원에서 강의를 들을 때였다. 강사가 짧지만 아주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투명 고릴라 실험’의 창시자인 크리스토퍼스 차브리스 교수와 대니얼 사이먼스 교수가 만든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보고 난 뒤 내 심상에 준 충격은 거의 메가톤급이었다. 연수가 끝나고 돌아와서 바로 그 두 분의 교수가 쓴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책을 주문해 시간을 쪼개가며 읽었다.
실험내용은 이렇다. 학생 여섯 명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에게는 흰 셔츠를, 다른 팀에게는 검은 셔츠를 입혀 무대에 올려 농구공을 같은 팀원에게 패스하게 한다. 실험 팀은 동영상을 보여 주기 전에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소리 내지 말고 세어서 모두 몇 번의 패스가 이루어졌는지를 말해 달라고 주문한다.(여기서 잠깐!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옆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있다면, 글 읽기를 멈추고 인터넷으로 동영상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검색해서 흰 셔츠 팀의 패스 숫자를 세어 보자.) 
당연 실험 팀의 첫 번째 질문은 ‘흰 셔츠를 입은 팀은 몇 번의 패스를 했습니까?’이다. 그런데 이 실험의 목적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질문에 있다. ‘농구 선수 말고 눈에 띄는 뭔가가 있었나요?’ 없다고 하면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혹시 고릴라 못 보셨나요?’
놀랍게도 이 실험에 참여한 피실험자의 50% 정도가 카메라 앞까지 와서 가슴을 치고 가는 고릴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고릴라를 보지 못하는 걸까? 이를 심리학자들은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부른다. 즉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이 실험의 전제 조건인 패스의 숫자에 신경을 쓰느라 다른 숨겨진 장치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 성향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것은 아닐까? 오른쪽에만 생각이 가 있는 이들은 그들의 시각만으로 다른 이의 생각이나 주장을 무조건 틀리다고 말하고, 왼쪽으로 시선이 가 있는 이들은 그들이 본 세상이 전부라고 지나치게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세상이 전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숨고르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햇살이 눈부신 날에 우리는 선글라스를 쓰고 나들이를 간다. 녹색 렌즈에 담긴 세상은 녹색이 우세하고, 갈색 렌즈에 담긴 세상은 갈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벗고 보는 세상은 전혀 다른,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나치게 자신의 색깔을 고집하거나 자신의 목소리만을 높이는 일이 너무 많다. 정치의 여야가 그렇고, 경제의 노사관계가 그렇고, 심지어는 조화와 개성을 추구해야하는 문화예술분야에서 조차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아 세상이 온통 갈등 투성이다.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우리는 위도 쳐다보고, 아래도 내려다보고, 오른쪽 왼쪽도 좀 더 자주 돌아보고 그렇게 사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 이 실험 동영상에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말고도 농구 패스와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2개의 다른 현상이 숨겨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 ness)에 대해 한 번 실험해 보십시오.
 
김종헌
시인, 속초문협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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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좋은 글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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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헌님의 댓글

김종헌 작성일

졸고를 늘 이렇게 스크랩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라는 격려로 생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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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br /><br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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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

신문에서 재미있게,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