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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과 꼴찌 /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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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4건 조회 3,436회 작성일 14-03-0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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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일등과 꼴찌
발행일 : 2014.03.03 [1144호] / 2014.03.01 23:37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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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설치게 만들던 소치 동계올림픽이 드디어 끝났다. 무릎 연골에 물이 차고, 하지정맥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고통 속에서도 올림픽 2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운 이상화의 쾌속질주에 환호성을 질렀고, 심석희의 막판 뒤집기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올림픽 여자 계주경기와 박승희의 금메달에 모든 이들이 신이 났다. 김연아의 은메달에 국민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며 피겨스케이팅의 국제심판이 되었다. 또한 빅토르 안의 금메달 소식에 빙상연맹의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말았다. 그렇다. 언제나 이기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더욱 좋은 일은 이기는 일이 반복되어서 일등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서는 일이다. 그러나 진짜 기분 좋은 일등은 결코 옳지 않은 방법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과 방법과 목적이 모두 정당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럼 일등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 나는 비록 메달도 못 따고,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모습 속에서 금메달보다 더 값진 그들의 땀 메달과 눈물메달을 보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3승이라는 값진 경험을 쌓은 여자 컬링 팀의 숨은 이야기에 우리는 가슴을 열을 수 있어야 하며, 24년간 6번의 올림픽을 출전한 이규혁 선수가 흘린 도전의 땀방울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 또한 신문이나 TV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못한 100여 명의 아름다운 꼴찌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일등에게만 지나치게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오늘의 일등은 어제의 꼴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의 꼴찌가 내일의 일등으로 가는 과정임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에게 자주 되물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의 유전자는 본질적으로 경쟁을 하도록 구조화 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생물의 진화의 역사와 삶 자체가 경쟁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늘 승자는 진화하고, 패자는 도태하는 이분법적 역사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만을 두고 보았을 때 그러하다는 것이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삶 속이나 진화의 과정에는 공생과 상생의 법칙도 늘 존재해 왔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는 그 공생과 상생의 과정보다 지나친 결과 위주의 경쟁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병폐를 희화적으로 나타낸 우스갯말 중에 ‘대한민국은 평등사회’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 모두가 공평한 대우를 받는 ‘평등’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의 ‘평’수와 아이들의 학교에서 ‘등’수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평등’ 사회라는 뼈아픈 지적을 우리는 다시 한 번 곱씹어보아만 한다.
일등, 일등급, 최고라는 성과 내지는 결과위주의 단어들만이 우리의 삶의 가치척도에서 우선순위를 가질 때,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구조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들을 공생과 상생이라는 단어 속에 녹여낼 수 있어야만 한다. 경쟁보다 상생이라는 단어가 더 가치 있고, 그것을 실현하면 서로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머리로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삶의 현실에서는 그 실천이 어려운 것일까? 타고난 생태적 유전자의 경쟁구조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이 늘 우리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경쟁의 장에 강제로 떠밀어대며, 꼴찌는 절대 안 된다고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일등과 꼴찌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은 바꾸어나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그리기에서 일등일수 있으나, 달리기에서는 꼴찌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진정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왜? 일등과 꼴찌는 상댓값이지 결코 절댓값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종헌
시인·속초문협 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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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동계 올림픽을 보시고 오늘날 우리사회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 주셨습니다.<br />일등에게 보내는 박수도 좋지만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낼줄아는 수준 높은 국민의식도 소중하지요. 가슴에 와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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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말로만이 아닌 <br />진정코 따듯한 가슴과 편견 없는 눈, <br /><br />과정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br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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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일등에게만 열광하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도 없지요?<br />나도 반성합니다.<br />언제 꼴찌에게 박수치는 사회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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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

글 올릴 때... <br />지금은 200자 원고지에 글을 쓰지 않으니<br />글자 좀 키우고 연을 한 넉줄 나간 뒤에 한 줄 띄우고...<br />그러면 읽기에 편해요.<br /><br />글이 더 잘 눈으로 들어오죠.<br />물론 나의 개인 사정이지만 시력 약한 이들과 <br />노안을 고려해 주시면...<br />감동 있는 글에 읽기 편하게 해주시면... 더욱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