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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각설이 축제장(?)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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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2건 조회 2,153회 작성일 14-12-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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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각설이 축제장(?)을 다녀와서
발행일 : 2014.12.15 [1183호] / 2014.12.15 13:46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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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축제장에 나서는 날은 꼭 바람까지 따라 온다. 설악산 골바람이 청초호를 지나고 금강대교와 설악대교를 타고 내려와 수복탑 앞 양미리 축제장에 초겨울을 풀어 놓고 있었다.
얼마 전 청호동에서 열린 도루묵 축제 때도 귀가 시리더니, 오늘도 스치는 바람에 어깨가 절로 움츠려든다. 오래된 동네 친구의 모친 드장날이라 10여 년 만에 옛날 불알친구 다섯 명이 모두 모였다. 장례식장 식당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술잔 수에 비례해 추억의 옛날이야기도 궁해질 무렵, 잠깐 바람이나 쐬면서 축제장에서 양미리와 도루묵 구이를 먹자는 한 친구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서 따라 나선 것이 슬그머니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이왕 나선 길.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내 평소 생활신조대로 축제장 여기저기를 열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며칠 전 청호동에서 열린 도루묵 축제와 완전 붕어빵에 명품 짝퉁이 아닌가! 들어오는 입구에 각설이 공연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고, 도루묵과 양미리를 파는 가게가 간신히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는 축제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활용품 가게에 먹거리 가게, 심지어는 야바위판까지 행사장의 가운데 양쪽으로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것까지 똑같았다. 그리고 행사장 끝이 보일쯤에야 다시 몇 개의 천막에 생선구이 가게가 보이고, 손님 없는 쓸쓸한 노래자랑 무대가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불어오는 찬바람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행사장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며 은근히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공연시간이 되었는지 각설이 공연장에서 구수한 재담과 노랫소리가 시작됐다. 친구말대로 볼게 그것 밖에 없어 한참을 구경하다, 생선구이 집에 들어가 양미리와 도루묵 몇 마리를 구워먹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가 시린 어깨를 녹였다.
서울 사는 친구가 축제가 저래서야 누가 다시 오겠느냐는 말에 친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축제장 구성도 그렇고, 솔직히 생선구이 값도 싸다는 생각도 안 들고, 볼 것도 없는 그곳에 시린 손을 불며 누가 내년에 다시 오겠는가? 그러고 보니 지난 가을에 치른 설악문화제에서 느낀 점도 이 기회에 같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속초축제위원회로 발전하면서 사실 설악문화제는 여러모로 발전하고 고유의 브랜드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옥에 티랄까? 각 주민자치센터별로 벌이는 거리 퍼레이드에서 나는 참으로 기이한 현상 하나를 발견하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왜 우리 속초의 모든 주민자치센터에는 각설이가 공생하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 속초의 공통적 상징은 과연 각설이인가? 왜 각 동의 고유한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손쉽게 눈길을 끄는 쉬운 방법을 택하는 건지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면 교동은 향교나 학교의 특징을, 청호동은 아바이마을의 상징 등 각 동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어떻게 이미지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창의적인 캐릭터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속초의 축제는 늘 거기에서 거기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성공한 축제의 3가지 요소를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바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다. 같은 속초시민의 입장에서 솔직히 이야기 해보자. 그곳에서 진짜 우리는 이 3가지 중 하나라도 만족시켰는지를 스스로에 물어보자. 나는 한마디로 ‘아니요’다. 이제 우리는 우리고장에서 만들어지는 축제문화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만 한다. 이제는 융복합의 시대다. 어느 콘텐츠 하나만을 가지고는 절대 사람의 마음을 끌 수 없다. 양미리 축제에 양미리만 있어서도 안 되고, 도루묵 축제에 도루묵 하나만 있으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인 축제가 된다. 모든 축제에 속초의 특성이 묻어나야 하고, 문화와 예술이 공존해야 한다. 이렇게 다른 장사꾼들을 끌어들일 바에야 차라리 축제에 들어가는 경비를 몽땅 어민들에게 주고,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에게 양미리 구이를 공짜로 주면 손님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이 귀에 솔깃한 것은 왜일까?
김종헌
시인·속초문협 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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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정말 입이 근질근질 하던 속시원한 내용입니다. 아마 속초 시민 모두 공감 할 겁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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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자님의 댓글

이은자 작성일

그 기사 나도 읽고 동감입니다.<br />시 의원과 예총임원들 그리고 설악제 담담자가 한 탁자에 마주앉아서 <br />냉철한 의견을 모아서,한 가지 축제만이라도 내실있게 치렀으면 좋겠어요. <br />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축제 단 몇가지만 가지고 속초의 브랜드화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