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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팝콘 브레인과 카·페·인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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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3건 조회 3,305회 작성일 15-03-30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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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팝콘 브레인과 카·페·인 중독
발행일 : .. [1196호] / 2015.03.23 11:15 등록/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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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50분. 아이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엄마의 차에서 내린다. 어제 저녁 또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자고 억지로 학교에 오는 길이다. 그 와중에도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다. 심한 게임중독과 그 후유증으로 분노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라서 내가 매일 살펴보는 관심학생이다. 단순하게 아이와의 연락수단으로 사준 휴대전화가 우리 아이를 쉽게 중독자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부모들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른들마저도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 폰으로 인하여 자신의 뇌를 팝콘 브레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은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 데이빗 레비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다. 우리의 뇌가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팝콘 브레인 증상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을 반복할 때 심해진다고 한다. 팝콘 브레인을 가진 사람은 보다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노출에만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인간의 뇌가 강렬한 자극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자극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낀다. ‘정신적 중독’의 시작이다. 정신적 중독은 자발적으로 특정 성분을 섭취하거나 특정행동을 반복하다가 발생한다. 10분이 멀다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켜보면서도 방청소나 설거지 같은 살림살이는 뒤로 미루거나, 중요한 일도 아닌데 여기 저기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접속을 반복한다면 팝콘 브레인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즉, 뇌에 큰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바람에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생각과 인지, 예측과 행동을 지시하는 우뇌의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팝콘 브레인의 커다란 문제인 것이다.
오후 11시 30분. ‘까톡’, 푸시 알림음이 글을 쓰고 있던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 시간에 보내는 카톡이라면 혹시 급한 연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열어보니 역시나 게임 초대 알림이다. 그런데 나를 초대한 이들이 처음에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의외로 나이 드신 분들도 많다는 것이다. 게임하는 방법도 모르고, 게임할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초대는 참으로 짜증나는 일이며 공해에 가깝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푸시 알림음을 꺼놓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모아 흔히 카·페·인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애용하는 사회문화의 한 현상을 넘어 많은 사람들을 카·페·인 중독자를 만들고 있다. 지하철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심지어는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연인들조차도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횟수나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문화를 넘어 사회 전체가 카·페·인 중독에 따른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글 때문에 인간관계가 서먹해지는 일을 보았다. 소통을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하기 위해 만든 카·페·인이 오히려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고, 좋은 문화라 할지라도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우리의 뇌를 팝콘브레인과 카·페·인 중독으로 만들지 않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업무든 취미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고정시켰던 눈을 들어 5분만이라도 창밖을 바라보며 즉각적인 반응에 지친 나의 뇌를 쉬게 해주자. 하루 2~3시간만이라도 전자기기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또는 책 속에서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삶을 만들어보자. 아는 이에게 문자나 카톡이 오면 즉각 답장을 보내지 말고,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거나 차라리 만나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 삶에서 시간에 쫓겨 서둘러야 할 일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김종헌
시인·속초문협 지부장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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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맞습니다. 현대인은 까.페.인 중독증에 걸려 있습니다. 따뜻한 열려 있는 가슴과 자연,  향기 나는 예술에 좀더 중독이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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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님의 댓글

최선희 작성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중목욕탕 더운 물속에서 3,40대 애 엄마가<br /> 물 위로 폰을 치켜들고 게임에 도취된  모습을 보고 어려서 부터 <br />가정, 학교교육이 많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교육자의 반성을 느꼈고 <br />그 자식들이 더 불쌍함에 안타까움 가슴아팠어요.머리 다 뽑힐까바<br />주의를 줄 수도없고. 세계문화가 발전하는건지 후퇴하는건지 무식해서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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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이 글을, 구두를 닦고 있는 아들도 들으라고 큰소리로 읽었더니<br />아들 왈,<br />엄마는 스마트폰이 있으나마나잖아요.<br />카톡을 보내도 며칠있다 답장해주고....<br />전화해도 잘 안 받고, 차 안에다 두고도 며칠 지나서야 내 휴대폰 어딨지?<br />엄마랑 연락하려면 차라리 편지쓰는게 더 나아요.<br />ㅋㅋ<br />나, 중독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