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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칼럼 : 그림책으로 여는 세상 이야기 12 –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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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헌
댓글 0건 조회 275회 작성일 23-05-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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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여는 세상 이야기 12 –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등록날짜 [ 2023년04월04일 09시02분 ] 


필자의 집에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껌딱지가 있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다 보면 밖이 금방 어두워진다, 그 시간이면 내 발치에 앉아 낑낑대며 산책을 가자고 졸라대는 강아지 ‘알파’가 필자의 껌딱지다.
 집 안에서 동물을 키우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기사를 보면 혀를 끌끌 차던 필자가 강아지를 식구로 받아들인 지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강아지 배설물을 치우며 짜증을 내던 그때와 부부의 대화 중 강아지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금을 비교해 보면,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를 실감한다.
 간식거리와 배변 봉투를 챙기고 ‘알파’와 늘 다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애견 산책에 대한 유의 사항이나 경고성 멘트가 적힌 현수막이나 안내판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만큼 반려동물 인구가 늘었다는 반증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속초지역 내 반려동물의 수는 약 1만4000여 마리로 추정되고 1~2인 가구의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실·유기 동물 발생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며칠 전 <강원도민일보>에 났던 기사의 일부다. 
 위의 기사처럼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변화는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카셸 굴 리가 글을 쓰고, 스카일라 호건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를 만나게 된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 획 하나를 더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시작은 ‘잃어버린 개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지로 시작된다. 그 전단지 앞에서 변장하고 나타난 주인공 개 ‘러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라 가출한 거라고! 반려견으로 사는 게 얼마나 짜증 나는지 사람들은 몰라! 간식 한 번 먹으려면 데구루루 굴러야 하고, 손을 줘야 하고, 춤도 춰야 하고… 그리고 귀엽다고 이 옷 저 옷 강제로 입히는 것도 싫어요.”
 “반려견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들고 자존심도 상한다고! 반려견 자리, 반납하겠어!”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에 읽었던 신대관 작가의 그림책 <짖지 않는 개>가 떠올랐다.
 <짖지 않는 개>의 주인공 ‘알렉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결코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인 주인공 ‘알렉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존재를 오롯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책을 덮으며, 필자는 어쩌면 ‘반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로 그동안 그들을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반성하는 마음이 생겼다.
 필자가 껌딱지인 ‘알파’와 산책을 다니다 보면, 아직도 ‘사랑스런 눈길과 혐오의 시선’, 이 두 개의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늘었지만,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다르고, 다른 이를 배려한 반려동물 에티켓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변에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함께 펼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반려동물의 내일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조금은 자유로운 늑대가 된 주인공 러프의 이야기를 마음를 열고 들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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