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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로 풀어보는 시(時)시(市)한 이야기 16 –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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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헌
댓글 0건 조회 278회 작성일 23-05-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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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로 풀어보는 시(時)시(市)한 이야기 16 – 새우깡등록날짜 [ 2023년05월02일 14시47분 ] 


 새우깡 / 정영애

 우리는 깡으로 뭉쳤다/ 고래들이 싸울 때마다/ 우리의 등만 터지고/ 고래들은 멀쩡했다/
 그래서 터지고 굽은 등끼리/ 빵빵하게 한 봉지씩 깡으로 모였다/
 힘없는 우리를 심심풀이로 건드리면/ 바삭바삭 있는 힘을 다해 부스러질지언정/
 새우의 넋만은 깡다구로 지켜 냈다/
 작은 것들은 뭉쳤을 때/ 비로소 힘이 세진다는 것을 알았다/ 몸을 버리고 깡만 남다 보니/
 하,/ 덩치 큰 고래가 우습게 보였다/ 고래는 겨우 밥일 뿐/
 일찌감치 우리는 깡으로 버텨냈으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속담과 시중에 브랜드로 유명한 ‘고래밥’과 ‘새우깡’을 소재로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재미있는 시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힘 있고 덩치 큰 사람들을 고래로 비유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약한 사람들을 새우에 비유한다. 어떤 속성에서 그런 비유가 사용되었는지 궁금해서 고래와 새우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고래-포유류 고래목에 속한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바다에 사는 동물 중에서 가장 크다. 태생이고 몸은 물고기와 같지만 피부에 털이나 비늘이 없다. 뒷다리는 퇴화하였고 앞다리는 지느러미 모양으로 변하였다. 고기는 식용되고, 기름은 공업용으로 쓰이며, 뼈와 수염은 공예용으로 이용된다. 전 세계에 백여 종이 있다. 고래는 2〜3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 포유류이다.’
 ‘새우- 절지동물 갑각강 십각목 장미아목에 속한 2천여 종의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몸은 원통형인 머리가슴 부분과 일곱 마디로 된 배 부분으로 되어 있다. 배와 꼬리를 재빠르게 구부림으로써 뒤로 헤엄을 칠 수 있다. 닭새우, 보리새우, 중하(中蝦), 왕새우, 생이 등의 종류가 있으며, 식용으로 많이 양식한다. 한대에서 열대에 걸쳐 담수와 해수에 널리 분포한다.’
 결국 고래는 포유류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이에 비해 새우는 몸집이 작으면서 등이 굽은 모양이 이런 비유를 낳았다고 짐작된다.

 정영애 시인의 시 ‘새우깡’을 읽으면서,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필자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처한 국제정세였다.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고래들 사이에서 근현대사 내내 우리나라는 등 굽은 새우의 처지였다. 그런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것은 대한민국 안에서만 고래 노릇을 하는 위정자나 리더그룹이 아니라, 언제나 터지고 굽은 등을 가진 새우들이 빵빵하게 봉지로 모여 깡으로 버텨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나라 안 정치판이 돌아가는 한심한 모양새다. 아직도 필자가 사는 나라에서는 정치를 하는 이들이 고래 행세를 한다. 그 ‘고래(?)’들은 그들이 ‘새우’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진리를 여전히 외면한 채, 아직도 쌈박질만 해댄다.
 고물가, 고금리, 전세 사기, 저출산률, 농어촌 일손 부족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꼼꼼히 챙겨야 할 ‘새우’들의 굽은 등은 그들에겐 단지 선거용 구호일 뿐이다. 아직 그들의 통장은 빵빵하기 때문이다. ‘고래’들에겐 ‘새우’는 단지 몇 표로 계산되는 절지동물의 투표용지일 뿐, 그들이 속한 포유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 언제 덩치 작은 ‘새우’들이 ‘깡’으로 뭉쳐 저 오만한 ‘고래’들을 ‘밥’으로 만드는 날이 오기는 올 것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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