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를 둥그렇게 걸어서

영금정 앞바다 도착할 무렵

해는 비로소 씻은 낯으로 떠오른다

동명항 그물에선 기쁨의 물결 파닥이고

수복탑 모자상 그늘이 사라지는 건 이때쯤



보름달은 외옹치 바다로 와

은빛 파도가 되고

늦은 저녁 식사 후 발바닥 주무르는 이들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날이면

단잠에 들게 되는 속초



새벽이면 한 무리의 갈매기들이

뱃고동 소리에 맞춰

어둠자락을 물고

수평선 쪽으로 날아간다는 걸

속초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