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 /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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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 밤같이 차게 울었다
섭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픔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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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
저는 개인 적으로 이 시를 너무 좋아합니다. 백석시인의 시적 표현과 묘사는 기가 막힙니다. </p>
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p>
한 여인의 삶의 흔적,</p><p>특히 2연에서 시작해 1연으로 돌아오는 시간적 나열도 그렇고요.</p><p>산꿩이란 단어가 더 해 주는 감정 이입....</p><p> </p><p>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오는</p><p>저도 많이 좋아하는 시입니다.</p><p> </p><p>그런데 회장님 정말 좋아하긴 좋아 하나 봅니다.</p><p>얼마 전 읽었는데..... ? ^^</p>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
정신이 없어 두번 올렸나봐요. 좋은 시는 읽으면 읽을 수록 샘물처럼 감정이 살아나지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