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 이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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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 입구 햇빛이불 덮고 인부 몇 쉬고 있다 신
문지 깔고 찬 시멘트 옹벽 기대 ㄴ자로 잠들어 있다 아예
팔짱까지 끼고 드러두운 한일자(字) 고개 꺾인 ㄷ자 모로
누운 ㄹ자 반듯한 글자의 받침들 삐져나와 있다 잠 속에서
나마 따뚯하라고 햇살 몇 겹 끌어다 덮어주고 싶다 막간이
란 그런 거다 제자리 벗어난 받침들 재충전하는 시간의 부
스 부스스 일어나면 받침으로 첫소리 글자로 제자릴 찾아
갈 것이다 온전한 하나의 글자가 될 것이다 누군가에겐 지
독히 그리운 의미도 될 것이다 내일이면 재충전이 필요한
세상의 받침들 무거운 잠 끌고 다시 와 몸 기댈 것이다 저
마다 햇살이불들 내리고 있다 한줌 그늘도 만들지 마라 그
곳엔
이경례 제1시집 <오래된 글자> 시안,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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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p>세심한 관찰과 성찰이 보이네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