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왜 모두 딱딱한 쇠붙이인가

감히 나를 열려한다면 딱딱한 것으로는

열지 말아다오

 

내 몸 여기저기 누르면

초인종처럼 예쁘게 울리는 곳 있으니

눈 혹은 귀 또는 부드러운 입술과 가슴 그리고

몇 군데 눌러야 답하는 번호키로 열어다오

 

 

한 칸 한 숫자 누르며

사랑이라는 주문을 조금 외우고

부드러운 속삭임에 그대 따스한 입김 얹어주고

달콤한 꿀물이 녹아들듯 기다리기

 

 

달밤 나무 밑 뮤즈가 노래하는 시간이 오면

잠가야 할만큼 예쁘게 꾸며놓은 방의 문

스르르 절로 열릴지 모른다

 

 

풀벌레 귀뚜라미

세상의 아름답고 착한 노래소리로

가득 채워 꾸며놓은 시인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