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측의 세 가지 공법 / 천수호
페이지 정보
본문
의자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직각 공법은
애초에 귀를 염두에 둔 작업이었다
독백과 대화 사이
방백과 대사 사이
뚝뚝 끊기는 말소리는
귀와 귀 사이의 거리를 예측한 설계 때문이었다
둔각의 등허리에 잘 붙지 않는 대답이라면
처음부터 피가 돌게끔 고안된 건 아니었다
못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통과한다
피가 나지 않는 이 공정은
핏줄과 핏줄 사이처럼 살을 채우는 화법이어서
발과 발 사이는 한없이 멀어진다
귀를 상상하고 나무를 깎는 동안
예각의 숨과 숨 사이에서 설핏 피 냄새가 난다
—《시인동네》2013년 여름호
-------------ㅡ----------------------------------
천수호 /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2003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아주 붉은 현기증』. 현재 명지대 강사.
- 이전글침묵의 발견 / 이만섭 13.07.25
- 다음글완경(完經) / 김선우 13.07.23
댓글목록
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p>시인은 시이 소재를 다양 한 것에서 찾아내고있네요. 고정관념 탈출 </p>
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p>시인은 시이 소재를 다양 한 것에서 찾아내고있네요. 고정관념 탈출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