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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발견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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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명선
댓글 1건 조회 3,659회 작성일 13-07-25 14:07

본문

 

 

수문을 열고 나오는 저수지의 물은 파죽이다

제 안에 침잠하던 고요가 사자후처럼

기세를 내뿜는 사이 난간에 피워내는 물꽃

 

울음의 형식으로

폭죽의 형식으로

폐부가 이렇다는 듯 고요를 쏟아 꽃 피워낸 물의 사연을

새끼줄 같은 내력으로 잇고 가는 강,

 

말은 애초에 미약해서

도리 없이 침묵을 택했던 것이다

귀의 입으로 소리를 삼키며 천천히 몸속에서 숙성한 말들은

뼈에서 가져온 듯 밀밀해져 마침내

다물어진 관자놀이로 온점을 찍고 나온 듯

침묵 끝에서 울음이 되고 폭죽이 되고

 

괄호에 묶인 말의 통로는

활주로처럼 단단한 육질의 언어가 되었다

 

씨앗으로 파종하여 꽃처럼 피워낸 말이

침묵의 갈피에서 가져온 문장이었던 것이다

 

 

 

―『시와 정신』(2013. 여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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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

<p>&nbsp;치밀한 시인의 관찰의 눈빛 ---&nbsp; 시의 뼈가 단단히 만져 집니다.&nbsp; 권정남</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