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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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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1건 조회 3,394회 작성일 13-08-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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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의 죽음
 박정남

 

   인형을 껴안고, 먼로는 죽었다
  엄마처럼 아가야, 라고 그 자신에게
  말하며 죽었다 이사를 가고 싶다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이사를 가고 싶다고
  말하더니 죽었다 죽은 그날은 전화 줄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의 전화번호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가슴에는 늘 아가야, 부르던 인형인 그 자신만 있었다
  안개는 늘 혼자인 알몸, 그는 안개로 흩어져 있거나
  하얀 트에 싸여 내게 왔다
  나는 그때 너무 슬퍼서 목욕탕인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물 묻은 손으로 그의 집*을 찾아
  너무 슬픈 나머지 아주 큰 소리로 울며 그를
  읽었다 끼얹는 물소리처럼 그의 는 그제야
  날개를 달고 원하게 달려왔다
  그는 어머니를 목청껏 불렀다
  탕 안의 물은 자꾸 넘쳐 나서 세상의 어머니께로 흘렀다
  아가야, 아가야, 이제 자는 거야, 아주 깊이 잠드는 거야,
  그는 잘 자고 일어나서 방긋 웃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증명이 되었다
  나는 그의 걸음걸이와 춤을 읽는다
  그의 외출, 그의 까맣게 빛나는 유선형 자가용을 읽는다
  그는 거기 있지 않았다 그는 애기였으니, 늘 혼자인 그는
  밥도 굶고 수면제를 털어 넣었으니, 늘 사진 찍으면서
  사진 찍고 화장하기를 싫어했으니, 늘 나직이
  어머니를 부르며 를 적었는데
  어머니는 오지 않고 아버지가 왔다
  벌써 그의 아홉 살에 그를 강간한 아버지가 왔다
  아버지는 늦은 밤에 서 있었다 술 취한 그의 몸,
  그의 흥얼거림을 부축하고, 토사물을 걸레질하고,
  그를 뜨겁게 안아주었지만
  그의 많은 아버지는 늘 하느님처럼 꾸짖고
  그에게 날개 달아 하늘에 둥둥 띄워 추락키고 있었다
  기다리던 어머니는 오지 않고 내가 큰 소리로 를 읽다가
  목욕탕 속에서 책을 떨구듯이 순식간에 그는 갔으니,
  전화 줄을 들고 누구에게로 가고 싶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로 그의 아름다운 몸은 안개 속으로
  추락해서 영원한 안식인 어머니 품에 안겼다


* 마릴린 먼로는 실제 를 썼으며, 그의 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읽혔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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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노마 진 모튼슨'이 실명인 마릴린 먼로.</p>
<p>불우한 어린 시절을 지나 영화배우고 성공하였으나</p>
<p>37살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기일이 마침 8월5일입니다.</p>
<p>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인가요?</p>
<p>먼로가 보고 싶네요.^^</p>
<p>좋은시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