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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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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명숙
댓글 2건 조회 3,133회 작성일 13-08-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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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람

                 

                         기형도

 

그는 쉽게 들켜 버린다

무슨 딱딱한 덩어리처럼

달아날 수 없는,

공원 등나무 그늘 속에 웅크린

 

그는 앉아 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자세로

나의 얼굴, 벌어진 어깨, 탄탄한 근육을 조용히 핥는

그의 탐욕스런 눈빛

 

나는 혐오한다, 그의 짧은 바지와

침이 흘러내리는 입과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허옇게 센 그의 정신과

 

내가 아직 한번도 가본 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

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의 서계를 보호하며

단 한걸음도

그의 틈입을 용서할 수 없다

 

갑작기 나는 그를 쳐다본다, 같은 순간 그는 간신히

등나무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손으로는 쉴새 없이 단장을 만지작 거리며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무엇인가 할말이 있다는 듯이, 그의 육체 속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 무엇이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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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님의 댓글

정명숙 작성일

<p>바쁜 회장님 총무님이 이렇게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신 방을 요즘에 들어왔어요. 밀린 숙제하듯 좋은 글 읽는 재미가 솔솔~~ 감사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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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정명숙 선생님 반가워요- 이렇게 좋은 시 자주 올려 주세용 </p>
<p>&nbsp; 제가 좋아하고&nbsp; 말만 들어도 눈물날려고하는 기형도&nbsp;시를 올려 주셔서 고마워요&nbsp;</p>
<p>아마 이곳에 올려 진 시들이 웬만한 시집 한권 분량 정도&nbsp;될거예요. 바쁜시간에 시집 사서 읽기가 잘 안되시잖아요.</p>
<p>그럴때&nbsp;&nbsp; '다시읽고 싶은 글' 방에 들어 오셔서 잠깐 한편의 시라도 읽어보세요. 때론 삶이 힐링이되기도 하고 </p>
<p>때론 문학적 영감이 용솟음 칠때도 있을 거예요.&nbsp;&nbsp; </p>
<p>&nbs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