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5.gif

복수초 /정혜숙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480회 작성일 13-08-30 06:51

본문

복수초 

 

 

정혜숙

 

 

잔설 위에 펼쳐진

꽃들의 반야경

살얼음 묻어 있는 겉장을 열어 보다

서늘한 몇 줄 발문에

나 그만 휘청이다

 

저 꽃의 문하에

잠시 들 수 있다면

겨운 문장의 비밀 취할 수 있다면……

내 생의 남은 수사는

생략해도 좋겠다

 

정혜숙 시조집 『흰 그늘 아래 』,《동학사》에서

 

복수초는 나무잎이 피기 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잔설 속에서 꽃을 피운다. 어쩌면 그 마음의 열정이 내일이 오지 않을 그런 기세다. 그런 복수초를 정혜숙 시인은 바라보며 그 문하에 들어 꽃을 피우는 마음을 배우고자 한다. 세상사 어느 높이도 낮은 거리도 없다. 아름다움을 향한 일념의 노력이면 그만하다는 생각이다. 이 세상 그 무엇이 아름다우보다 더한 고귀함이 있을까. 사랑도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것이고, 불꽃도 아름다움을 향한 빛이다. 복수초가 피는 것도 제 아름다움의 완성을 이루려는 것일 것이다. 시인은 "내 생의 남은 수사는 생략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복수초 속의 아름다운 여운에 잠긴다. 꽃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 문하로 들겠다는 마음, 그 순수가 세상을 배우는 또 다른 공부 아닌가 생각된다.

?img=F9YwKz9GW60CaxKYaqKZKqu9K6uqFou%2FKAJCp4poKqUqKqudKoCoKqg9MEIo%2BrkSKAu5W4d5W4C5bX0q%2BzkR74FTWx%2FsMB0C1HkZ1EIcM6lRM60n74l0%2Bg%3D%3D.gif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