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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면 그대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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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1건 조회 3,273회 작성일 13-09-1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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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면 그대

           안도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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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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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구월을 그다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p>
<p>올해는 유난히 구월이라는 단어가 눈에 아른대네요.</p>
<p>여름이 너무 독하게 더웠던 탓일까요?</p>
<p>가을을 그만 기다렸다는 뜻일까요?</p>
<p>&nbsp;</p>
<p>구월,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군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