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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고향/ 이하(이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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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444회 작성일 13-09-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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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고향
                       - 이하(이만식)

까마득 깊었던 우물 속 하늘
어머니 키처럼 낮았습니다.
아버지 한 품만큼 작아진 사랑방
오늘은 어른 되어 누웠습니다.
달 따러 동산 올라서면
논배미 끝으로 달아났던 보름달이
미안타 미안타했던 창가
달빛 따라온 귀뚜라미 울음이
옛 기억 도란도란 풀어줍니다.
이른 아침 선잠을 깨운
부산한 상차림 소리
게으른 하품 내뱉고
코스모스 화단 안개를 마시면
아득하게 밀려오는
가을 운동회 냄새
빨간 크레파스도 몽당하게
감나무 단풍이 되었습니다.
도회의 옷자락 잠시 벗어둔 오늘
온수 아닌 샘물 가만 이마 대어 봅니다.
고향이라는 이름
철벙 묻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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