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자의 시간 / 임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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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자의 시간
임동윤
저 팔뚝에 물결치는 것은 구릿빛파도다
불편한 길은 쉽게 평정해야한다는 듯
사내의 구릿빛 팔뚝이 바람을 가른다
쇠망치가 허공을 후려칠 때마다
갈기를 늘어뜨린 말들이 화들짝 깨어난다
금세 신발을 갈아 신고 달려 나갈 듯
이마에 돋는 땀방울이 차갑게 화덕을 달군다
거칠게 달려온 갈기와 발톱 아픈 날들을
구부리고 두드렸다가 다시 펴는 망치질,
저 사내의 동작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어쩌면 빠른 속도가 스스로에게 필요한 듯
발 아픈 말들이 씽씽 달릴 수 있게
힝힝대던 무쇠를 얌전한 수제화로 다듬고 있다
징이 없어서 자주 떨어져나갔던 발굽들,
그래, 달리지 못한 세월은 얼마나 많았던가
잘 부리려면 제대로 손을 봐야하는 법,
울퉁불퉁한 길도 잘 달릴 수 있게, 편자는
말의 신발, 불편한 구두의 말들에게
편자를 대주는 일은 길을 잘 닦는 일이다
검게 그을린 땀범벅의 근육이
불꽃 너울대는 화덕에 시우쇠를 녹이면
망치질 손등마다 시퍼런 힘줄이 불끈 솟는다
발굽의 두께를 다스리기 위해 몇 번이고 두드리고 다시 펴는 시간,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는
달아오른 열기가 여름 장제소를 달구고 있다
*편자 : 험하고 울퉁불퉁한 노면으로부터 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덧대는 U자형의 쇳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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