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즙 / 이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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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즙
이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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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었지요
볕 좋은 툇마루가 탈 이였습니다
들썩만 해도 숨이 차면서
뭐 하러 봄볕을 탐하다가
그 소리를 듣고 말았는지
새엄니가 방문을 벌컥 열더니
떠나갈 듯
천벌을 받았다고
천벌을 받아 폐병쟁이가 됐다고
알지요 천벌이고 말구요
에미 애비 일찍 여읜 죄
나이 수북한 게 시집도 안가고 앉아
새엄니 밥 축내고 있는 죄
그래도 가는 게 세월이데요
내가 이렇게 펄펄 살아나도록
그녀가 추레하게 늙어지도록
흘러가 주데요
이젠 안보고 싶은 새엄니
우리 인연 여기까지로 해요
이젠 내 돈으로도 충분한데
폐가 약할 땐 배즙이 좋다면서 보내 왔네요
천벌에도 약이 있나봅니다
그게 뭔 죄 있나요
한 봉지 뜯어 입에 물었는데
그 다디단 것이 목을 못 넘어가고
눈물로 가득 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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