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5.gif

배즙 / 이동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426회 작성일 13-10-07 06:08

본문

배즙

                  이동림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봄이었지요

볕 좋은 툇마루가 탈 이였습니다

들썩만 해도 숨이 차면서

뭐 하러 봄볕을 탐하다가

그 소리를 듣고 말았는지

새엄니가 방문을 벌컥 열더니

떠나갈 듯

천벌을 받았다고

천벌을 받아 폐병쟁이가 됐다고

알지요 천벌이고 말구요

에미 애비 일찍 여읜 죄

나이 수북한 게 시집도 안가고 앉아

새엄니 밥 축내고 있는 죄

그래도 가는 게 세월이데요

내가 이렇게 펄펄 살아나도록

그녀가 추레하게 늙어지도록

흘러가 주데요

이젠 안보고 싶은 새엄니

우리 인연 여기까지로 해요

이젠 내 돈으로도 충분한데

폐가 약할 땐 배즙이 좋다면서 보내 왔네요

천벌에도 약이 있나봅니다

그게 뭔 죄 있나요

한 봉지 뜯어 입에 물었는데

그 다디단 것이 목을 못 넘어가고

눈물로 가득 고이네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