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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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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2,942회 작성일 13-12-10 06:54

본문

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하고 내밀어 펼쳐 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호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 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 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발표지 『창작과비평』2012 겨울호

 

계간 시하늘 「독자가 뽑으 좋은 시 」에서

 

우리는 말에서 끝없는 이상과 현실을 오고 가며 삶의 끈을 견준다. 김경후 시 「속수무책」은 끝말이 책이라는 말로 끝나는 속수무책을 주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삶에 대한 비유를 하고 있다. 현실이 얼마나 팍팍하고 고되고 어려우면 속수무책이란 책을 대해야 하는가? 세상 모든 것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책이다. 그 책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살아간다. 높은 지식을 담은 책이 세상의 책의 전부가 아니다. 가을 들판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도 허공의 책이고, 먹구름 속 천둥번개도 먹구름속에 빗금을 새기는 글이다. 속수무책이 가장 대책을 완벽히 세운 책인지도 모른다. 책의 글은 생각을 담아두는 것이다. 속수무책에 삶의 모든 방향이 있다면 그 책도 유일한 양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그러한 속수무책도 읽지 않고 살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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