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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다음날 /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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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238회 작성일 13-12-1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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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다음날        

 

전동균

                                      

 1

누가 다녀갔는지, 이른 아침

눈 위에 찍혀 있는

낯선 발자국

 

길 잘못 든 날짐승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한

 

그 발자국은

뒷마당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와

문 앞에서 한참 서성대다

어디론가 문득

사라졌다

 

2

어머니 떠나가신 뒤, 몇 해 동안

풋감 하나 열지 않는 감나무 위로

처음 보는 얼굴의 하늘이

지나가고 있다

 

죽음이

삶을 부르듯 낮고

고요하게

 

ㅡ 어디 아픈 데는 없는가?

ㅡ 밥은 굶지 않는가?

ㅡ 아이들은 잘 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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