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유강희
페이지 정보
본문
12월
유강희
12월이 되면 가슴 속에서 왕겨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 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 이전글12월의 아침 시간 / 헤세 13.12.10
- 다음글동지 다음날 / 전동균 13.12.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