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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유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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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497회 작성일 13-12-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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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유강희

                     

12월이 되면 가슴 속에서 왕겨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 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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