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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아침 시간 /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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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3,741회 작성일 13-12-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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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아침 시간     

 

헤세

 

비는 엷게 베일 드리우고, 굼뜬 눈송이들이

잿빛 베일에 섞여 짜여

위쪽 가지와 철조망에 드리워져 있다

아래쪽 창유리에 오그리고 앉아 있다

서늘한 물기 속에서 녹아 유영하며

축축한 땅 냄새에

뭔가 엷은 것, 아무 것도 아닌 것 어렴풋한 것을 준다

또 물방울들의 졸졸거림에 머뭇거림의

몸짓을 주고, 대낮의 빛에게는

마음 상하게 하는 언짢은 창백함을 준다

 

아침에 눈먼 창유리들의 열 가운데서

장밋빛으로 따뜻한 흐린 광채가 어렴풋이 밝아 온다

외롭게 아직 창문 하나 어둠의 조명을 받아

간호원 하나 온다 그녀는 눈雪으로

눈眼을 축인다, 한동안

서서 응시한다 방으로 되돌아간다

촛불이 꺼진다 잿빛의

빛바랜 날 속에서 장벽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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