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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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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2건 조회 3,750회 작성일 14-01-09 20:08

본문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 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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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p>


늦었다고 생각 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했다지요?</p><p>&nbsp;</p><p>목련 같은 조등이 흔들리기 전에 </p><p>사랑하는 사람들 얼굴 &nbsp;자주 봐야 할텐데 </p><p>그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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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우리는 ㅇ평범란 일상이 소중 한줄 모르고 핑게만 되다가------- 어느날&nbsp; 문득 조등 앞에 선다면 ----</p>
<p>그 아득함을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