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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 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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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여
댓글 3건 조회 3,329회 작성일 14-01-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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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엔 잡다한 것이 들어가야 한다 싱건지나 묵은 김치도 좋고

숙주노물이나 콩노물도 좋다 나물이나 남새 노무새도 좋고

실가리나 씨래기 시락국 건덕지도 좋다

먹다남은 찌개 찌끄래기나 달걀을 넣어도 좋지만

빼먹지 않아야 할 것은 고추장이다 더러 막걸리를 넣거나 된장국을

청하게 넣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취향일 뿐 그렇다고

국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엔 가지가지 반찬에 참기름과 고추장이 들어가야 하지만

정작 비빈밥이 비빔밥이 되기 위해서는 풋것이 필요하다

손으로 버성버성 자른 배추잎이나 무잎 혹은 상추잎이 들어가야

비빔밥 답게 된다

다 된 반찬이 아니라 밥과 어우러지며 익아갈 것들이 있어야 한다

묵은 것 새것 눅은 것 언 것 삭은 것 그렇게 오랜 세월이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재료만 늘어놓는다고 비빔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비빈다는 말은

으깬다는 것이 아니다 비빌 때에는 누르거나 짓이겨서는 않된다

밥알의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살살 들어올려 떠받들어야 한다

 

손과 손을 맞대고 비비듯 입술과 입술을 대고 속삭이듯 그렇게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우려 이미 분리할 수 없게 그렇게

그렇게 나는 너를 배고

너는 내게 밴 상태라야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는 사람아 비빔밥을 먹을래?

내가 너에게 들고 싶다

 

-창비 '귀가 서럽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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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님의 댓글

정명숙 작성일

<p>화학적인 섞임이 아니라 물리적인 섞임~&nbsp; 재료 각각의 맛과 향은 살아있으면서 서로에게 비벼진 어우러진 맛~</p>
<p>새해에는 그런 사랑 한 번 해봤으면...</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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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

<p>아무도 눌리지도 않고 짓이겨지지 않고 </p>
<p><font size="3"><span style="FONT-SIZE: 13px">서로 살살 들어올려 떠받들어주며. . .</span></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SIZE: 13px">모두의 손과 몸의 체온으로 어우러져 잘 밴 맛,</span></font></p>
<p><font size="3"><span style="FONT-SIZE: 13px">우리 갈뫼가족들도 그런 맛있는 비빔밥이었으면 좋겠습니다.</span></fon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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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시를 읽으며 '그리운 보리밥' 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서로 다른 맛이 어울리고 섞이고 전체를 아우르는 맛---- </p>
<p>그래서 슬픔도 기쁨도 &nbsp;상처도 칭찬도 모두 맛깔 스런 &nbsp;하나가&nbsp; 되기위한 ------&nbs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