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5.gif

시레기 한 웅큼 / 공광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권정남
댓글 3건 조회 4,055회 작성일 14-01-15 15:35

본문

시레기 한 웅큼 / 공광규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겨졌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 나올 때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를 한 움큼 빼서 코에 부비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
반말로 호통치는 주인에게 회사원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막무가내 식당주인과 시비를 벌이고
멱살잡이를 하다가 파출소까지 갔다
화해시켜 보려는 경찰의 노력도
그를 신임하는 동료들이 찾아가 빌어도
식당주인은 한사코 절도죄를 주장했다
한 몫 보려는 식당 주인은
그 동안 시래기를 엄청 도둑 맞았다며
한 달치 월급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시래기 한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
그는 야박한 인심이 미웠다
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평생 주먹다짐 한 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
찬 유치장 바닥에 뒹굴다가 선잠에 들어
흙벽에 매달린 시래기를 보았다.
늙은 어머니 손처럼 오그라들어 부시럭거리는.

댓글목록

profile_image

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

<p>&nbsp;'서리'는&nbsp;당연히 '절도'가 되는 요즘 세상에 </p>
<p>그저 마음으로만 그리워하실 걸 그랬습니다.</p>
<p>그리움 한 조각 얻으려다</p>
<p>호된 댓가를 지불하셨네요.</p>

profile_image

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

<p>딱한 사람.. 딱한 주인.. 딱한 세상...</p>

profile_image

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

<p>고향의 냄새가 그리웠던 그에게...()...</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