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 녀 /권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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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 녀
권혁소
한문 시험 감독을 하다가
시험지 여백에 한자 연습을 한다
오늘 연습 글자는 계집 녀
생각해보니 참 오랜 시간
이 한 글자를 잘 좀 써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청년 때나 지금이나 내가 쓰는 계집 녀 자는
너무 뚱뚱하거나 헐렁하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했다
책상 밑, 가지런히 모으거나 살짝 꼬아 앉은
저 아이들의 종아리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계집 녀 자다
계간 『시와문화 | 겨울호 』, 《시와문화사 》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글씨를 잘 쓰는 것이고, 글을 잘 짓는 것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 마디로 예술적 감각을 갖는 일이다. 예술적 감각은 하루 이틀에 몸에 농익는 것이 아니다. 권혁소 시인 엮시, 그러한 마음으로 계집 녀 女자를 놓고 써 보며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를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 중 수업시간 종아리를 살짝 꼬아 쓴 아이들의 종아리 글씨가 가장 예쁜 글씨라 바라보앗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에게 아이들의 튼튼한 종아리는 말 그대로 한 획의 꿈을 품은 글자들이다. 그 아이들이 마음으로 쓰는 글들이 하나 하나 모여 세상을 보듬어내는 힘이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소리로 말하는 대화도 있지만, 그보다 마음으로 느기는 대화가 중요하다. 그 마음의 대화가 좋은 예술적 감각을 키우기 때문이다. 한 참 동안, 권혁소 시인의 계집 녀를 생각하다가 내 종아리를 살짝 꼬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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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p>
저도 한 번 꼬아봅니다만</p><p>역시 투박하고 삐딱합니다.</p><p> </p><p>꿈 많은 아이들의 종아리 글씨가 가장 예쁘리라.</p><p>무조건 맞습니다.</p><p> </p>
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 제 다리도 만져보았습니다.</p>
<p>아! 이 무슨......!</p>
<p>굵은 男 자가 만져지니.</p>
<p>내 다리 돌려주오.</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