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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겁나게 잘 아는 친구 얘기 / 조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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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여
댓글 1건 조회 3,359회 작성일 14-01-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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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곰장어 포실하게 익어 가는 포장마차에서

몇 자 끼적거리다가 들키는 바람에

시 이야기가 나왔는데 친구 왈

가슴을 때리면 때리는 것이지

때릴까 말까 그렇게 재는 것도 시냐고

저 푸른 풀밭 거시기 하면서 끝나면 되는 것을

뭐 좋은 말 있을까 없을까 겁나게 재 쌓는다고

그런 것도 시냐고

친구는 심심한 입으로 깐죽거리며 얘기했는데

 

유행가 가사처럼

자기 깐에 흥얼흥얼 불러제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업어치고 뒤집어 쳐서 깐 콩깍지 인지 안 깐 콩깍지 인지

도대체 분간이 안 가게 써 놓은 것도 시냐고

툭 터진 입으로 잘도 나불대다가는

거울에 달라붙은 묵은 때를 걸레로 박박 문대 닦아내드끼

우리같이 못 배운 사람 머리에도

훤하게 쑥숙 들어오게 고렇게만 쓰면 될 것이지

기깔나게 멋만 부려쌓는다고

그런것도 시냐라고 친구는 겁나게

싸갈탱이 없이 얘기를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니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해 놓고

연기가 빠져나가는 천장만 말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래 짜샤 나도 안다 알어 그 정도가 될라면

얼마나 지지고 볶고 엎어치고 뒤집어치고

대가리를 얼마나 질끈질끈 우려먹어야 되는지 나도 안단 말이다

 

 

-故 조영관 1957년 전남 함평 출생

서울시립대 영문과 졸업 도서출판 일월서각 근무

1986년 이후 노동현장 활동

2002년 <실천문학> 가을호 신인상 당선

2007년 2월 20일 지병인 간암으로 영면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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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p>


글게요 ~</p><p>때리면 때리는 것이제, </p><p>때릴까 말까 재는 건 또&nbsp;몬지</p><p>어렵구만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