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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도나다 / 김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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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1건 조회 3,926회 작성일 14-01-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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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도나다 

 

 

김유선 

 

몸이 부도를 내자

잠도 집을 잃고 귀가하지 모사는지

동두렷 달 사이로 계절 지난 바람소리만 만드네

아직 지다 만 나뭇잎의 잠들지 못한 꿈이

잎맥 파랗게 드러낸 채

동네를 한 바퀴 서성이네

다시 할 수 있을까, 아쉬운 듯 제자리 떠나지 못하는 산책이네

마음의 집이 몸이었네

몸이 부도를 내자

생각도 내 것이 아니고

갈 곳 잃은 마음에도 빨간 딱지가 붙네

온 몸에 붙은 단풍잎 같은 빨간 딱지가 바람에 지레 춥네

셋방으로 밀려나서 주인 눈치만 보는 시간의 시력,

뒷걸음치거나 건너 뛰고 싶네

 

문득 찾아온 이 손님을 어이 맞을까

손을 비비작대는 사이, 현관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침실까지 들이 닥치는

막무가내의 이, 낯선 손님.

 

 

사)한국시인협회 2014년 1월호 『한국시인』에서

 

 

사람이 사는데 경제적 부도는 자기 채무를 갚지 못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무엇인가 의욕과 욕망에 비해 경제적 열매를 거두지 못해 찾아 온다. 이는 개인이나 단체를 가리지 않고 찾아 온다. 그 만큼 세상 살아가는 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계획대로 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세상에는 무수한 꽃씨가 열린다. 그 중 1할도 안되는 꽃씨가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그 중에서 꽃을 피우는 것은 극 소수다. 자기 열매를 맺기까지 그 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김유선 시인의 시 「몸이 부도나다」를 읽으면서 비단 몸이 부도나는 것은 경제적 부도가 아닐 것이다. 몸이 부도나는 것은 내 몸이 이기지 못하는 세상과의 싸움에서 밀리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살이에서 밀리면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앞으로 뛰어갈 힘도, 뒤로 물러설 힘도 없다. 내 몸 속에 지탱하는 모든 의욕이 상실된다. 사람은 삶의 기를 지탱하고 있을 때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 삶의 세상에서 뒤로 물러서는 일 없는 그런 날이였으면 좋겠다. 몸이 부도나지 않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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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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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

<p>아슬아슬 부도만 면하려고 애쓰는 것 같은 제 몸! ^&am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