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치킨집을 위한 변명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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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오다 그치고 어쩌다
한 잔 생각이 간절한 저녁
가게들이 더러 셔터를 내리는 그 시간에
마누라 눈치를 보아가며 기어이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을 주문한다면
치킨집 주인도 좋아 하겠지
벌거벗은 채 차례를 기다리던 닭도
얼른 기름가마 속으로 들어가며
몸을 풀겠지만
저녁 내내 미안하던
알바 청년은
얼마나 신이 나서
골목길을 달려오겠니
거기다 소주 한 병하고
맥주 천씨씨 쯤 같이 시킨다면
초저녁부터 갑갑한 통 속에서
사내들의 오르내리는 목젖과
출렁이는 뱃고래를 그리워하던 그것들은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걸그룹처럼 춤을 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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