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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 임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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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1건 조회 3,632회 작성일 14-02-04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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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임영석

 

사막의 모래는 모래가 아니라 칼이다

칼날 같은 모래 위에는 풀들도 자라지 않는다.

마음이 베어 뿌리를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아니면 이 사막에 와 살지 못한다.

이 사막에 와 살겠다고 하는 者,

뜨거운 모래에 써 놓은 햇빛의 글들을 읽어야 하고

풀들도 살지 않는 고독과 싸워야 한다.

한 발자국 앞으로 걸을 때마다  

모래의 칼날이 마음을 뚝뚝 잘라내는

고립의 향기를 맡아야 한다.

누군가 사랑했다는 것,

누군가 미워했다는 것,

저절로 지워지고

저절로 새로워지는 사막의 언덕은

언덕이 아니라 발바닥 감춘

칼날 같은 세월 이었다 

 

웹진 『문학마실』  이달의 작품 발표작 중에서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를 알았을 때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글을 30여년 쓰면서 느낀 것은 사막의 모래같은 글자 하나 하나를 읽는다는 것처럼 보였다. 깨닫고 느끼고 경험한다는 것, 그것이 삶을 채워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어느 때는 사람이 사막의 모래알보다도 더 막막할 때가 있다. 사막의 모래들을 보았을 때 분노와 경멸과 한(恨)같은 처절함의 눈빛이라는 것이였다. 이 세상을 살면서 그 고통들을 다 말 못하고 죽어갔던 사람들의 영혼의 무덤처럼 보였다. 이 세상은 그렇게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 말없이 복종하는 순간이 있다. 사람에게 세월은 사막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막막하고 답답하고 말 못하는 고립, 그 모두가 자신의 존재를 가장 강직하게 간직하는 모래알이 있기 때문에 사막이 있다고 본다. 사막의 모래알은 사랑과 미움같은 사람의 본성을 뛰어 넘는 질서를 가진 드넓은 마음을 진솔하게 간직한 곳이라 생각된다. 사람의 욕망이 차단된 곳, 때문에 평화로워보인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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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사물을 대하는 시각이 새롭군요. 모래가 칼이라니...</p>
<p>&nbsp;</p>
<p>칼과 더불어 살고 있는 많은 생물들 더 이상 다치지 않길!</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