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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탁 번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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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영애
댓글 2건 조회 4,052회 작성일 14-02-10 02:25

본문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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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폭설 속에 강릉에 다녀왔습니다.</p>
<p>아직도 철이 없는지 딸하고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눈을 맞으며&nbsp;걷는데</p>
<p>왜 그리 낭만적이던지...</p>
<p>눈 때문에 힘든&nbsp; 사람들이 들으면 맞아죽을 수도 있겠지만</p>
<p>아뭏든,</p>
<p>시외버스를 타고 가는데  자꾸 이 시가 떠올랐어요.</p>
<p>그것도 맨 마지막 문장.</p>
<p>'인자 우리 동네 몽땅 삐리리돼버렸쇼잉!'</p>
<p>갈뫼 회원들께서는 폭설의 피해가 없는지요?</p>
<p>&nbsp;</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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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

<p><span style="FONT-SIZE: 16px">이 글은 오탁번이 쓴 걸로 되어있지만</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인터넷에서 우스개 소리로 많이 떠돌아다닌 것입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나도 외워가지고 모임에서 많은 사람 웃겼는데</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그의 이름을 달고 창작처럼 나왔으니 </span><span style="FONT-SIZE: 16px">뭐라고 해야 할지...</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다만 뒷물 얘기는 그가 보탠 것 같소 잉...</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span>&nbsp;</p>
<p><span style="FONT-SIZE: 16px"></span>&nbsp;</p>
<p><span style="FONT-SIZE: 16px">첫날 --- 눈이 좃나게 와부렀소 잉</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둘째 날 --- 어제의 눈은 좃도 아니요 잉</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셋째 날 --- 인자 우리 동네 좃 되야부렀소 잉</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span>&nbsp;</p>
<p><span style="FONT-SIZE: 16px">그나저나 강릉에 눈이 최고로 왔고 속초도 엄청 눈이 내렸는데</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눈 피해들 없으신지 앉아서 걱정만 하는 일이 죄송합니다. </span></p>
<p>&nbs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