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내리고 - 구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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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내리고
구은주
너는 돌아갔다
저 하얀 그리움이
너울거리는 풍경 속으로
달랠 수 없는 시간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절제되지 않은 고요
빛바랜 풀들이 누운 양지바른 언덕 위
봄꽃처럼 휘날리어 먹먹해진 가슴
한가로이 펼쳐놓고
아, 그 위를 밟고 지나는
따사로운 발자국
오래 묵은 이야기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사람은 저마다의 별을 지고와
가슴 속에서 키우고 가꾸는 것을
키워서 꽃이 되고 거름이 되고
너는 그렇게 나를 덮는
노란 햇살 같은 꽃잎인 것을
나는 누구였을까
누구에게도 무엇이 되지 못한
이름 없는 바람이었을지라도
내 그리움의 뜰에도 눈은 내리고
지워지지 않는 첫발자국이
나를 따라 걷는다
바람을 덮고 이른 잠에 든 어둠이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닌
절대고독의 빗장을 풀어 던진다
- 계간『영남문학』2013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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