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속으로 -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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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속으로
강은교
여보게, 껴안아야 하네
한 송이 눈이 두 송이 눈을 껴안듯이
한데 안은 눈송이들 펄럭펄럭 허공을 채우듯이
여보게, 껴안아야 하네
한 조각 얼음이 두 조각 얼음을 껴안듯이
한데 안은 얼음들 땅 위에 칭칭 감기듯이
함께 녹아 흐르기 위하여 감기듯이
그리하여 입맞춰야 하네
한 올 별빛이 두 올 별빛에 입맞추듯이
별빛들 밤새도록 쓸쓸한 땅에 입맞추듯이
눈이 쌓이는구나
흰 눈 속으로
한 사람이 길을 만들고 있구나
눈길 하나가 눈길 둘과 입맞추고 있구나
여보게, 오늘은 자네도
눈길 얼음길을 만들어야 하네
쓸쓸한 땅 위에 길을 일으켜야 하네.
- 시집 '벽 속의 편지/창작과비평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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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p>가끔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 같은 거 --------- 시를 읽으니 폭설 내려 한기가 드는데 따뜻한 눈빛이 그립네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