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나 / 제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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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대상 수상작
달팽이와 나 / 제인자
텃밭 상추잎에 따라온 달팽이
수돗물 세례 받고 빗장을 지르면
안으로 걸어 닫은 캄캄한 한 채의 집이지요
무른 달팽이보다 되레 놀란 나는
푸른 잎 쌈 싸 먹고 푸른 똥 누는
느리고 답답한 채식주의자
푸성귀 식탁이 나를 부르는 사이
그는 안테나 내밀어 적진을 탐지하지요
무른 달팽이보다 더 무른 나에게
쑥갓깻잎오이가지가 어찌하여
뼈가 되고 힘줄이 되는지요
쌀보리콩수수가 어찌하여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눈물의 기도가 되는지요
한 채의 집을 들어 올려 텃밭으로 가는 나는
느리고 답답한 채식주의자
푸른 잎 갉아먹고 더디 깨닫는
무른 달팽이보다 더 무른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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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span style="FONT-SIZE: 14px">컴퓨터를 하다 우연히 만난 시.</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제 이종사촌이네요.</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동갑이라 어릴 때 친구처럼 지냈었는데....</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현재 울산에서 문인활동을 하며 독실한 크리스챤이기도 하지요.</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몇 년전, 울산에 놀러가 그 집에서 며칠 뭉개다 왔는데도</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연락을 안해서 몰랐습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4px">괘씸해서 전화 한 번 해야겠습니다.</span></p>
<p> </p>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사촌끼리 몸 속에 같은 색갈의 피가 흐르는 가봐요. </p>
<p> </p>
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
<p>신춘문예 대상작들이 </p>
<p>나에게는 거의 읽기와 이해가 어려운 시들인 것에 비해</p>
<p>이 시는 참 쉽고 마음이 따뜻합니다.</p>
<p>정영애시인의 이종사촌이라니 더 그렇게 느껴지네요.</p>
<p> </p>
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p>그런.. 그 사촌 피가 붉겠다..ㅎㅎ</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