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햇살 / 변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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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곤히 잠든 아기의 두 발이
가지런히 내 무릎 위로 넘어온다
송이버섯만한 낯선 두 발이 닿는 순간
내 시린 무릎이
보온 덮개를 올려놓은 듯 따뜻하다
달리는 전동차가 요람인 듯 새근새근
잠든 아기의 얼굴이 갓 솟은 햇살 같다
지나는 역과 역의 길이만큼이나
더 퍼져 오른 아기의 햇살 때문일까
내 무릎이 한낮 햇볕으로 데워진다
꿈속의 꽃동산이라도 거니는 것일까
앙증맞은 꽃무늬 양말 속
꼼지락 꼼지락 햇살 발가락이 걷고 있다
몇 개의 역을 지났을까 중천쯤에 떠오른
햇살이 무릎을 지나 가슴속까지
봄볕을 나르는 듯 훈훈하다
온몸 그 훈김에 혼곤히 빠져있을 때
아장아장 돌배기
내 손을 잡고 꿈속의 동산으로 이끌어간다
온갖 꽃 무리 속을 거닐며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을 일일이 물어본다
저어기 저 노란 꽃은? 저어기 저 분홍 꽃은?
어느새 우리는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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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p>봄 햇살이 몸을 감싸는듯한 아늑한 시네요. 따뜻한 원초적 감정이 전달되네요.</p><p>할머니가 되고 나니 더욱 느낌이 새롭네요. 영애씨 !!! ㅋㅋㅋ</p>
정명숙님의 댓글
정명숙 작성일<p>아기가 전해주는 따사로운 햇살~ 아주 오래된 시간 속 행복을 다시 느껴봅니다~</p>
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p>축하드립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