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 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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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황확주
기적처럼 바다 가까운 데 있는 집을 생각하며 살았다
순서가 없는 일이었다
집터가 없을 때에 내 주머니에 있는 집
설계도를 본 사람 없어도
집 한 채가 통째로 뜨는 창은
미리 완성되어 수면에 반짝였다
나무 야생화 돌들을 먼저 심어
밤바다 소금별들과 무선 전화를 개통해 두고
허가 받지 않은 채 파도소리를 등기했다
하루는 곰곰이 생각하다
출입문 낼 허공 옆 수국 심을 허공에게
지분을 떼 주었다
제 안의 어둠에 바짝 붙은 길고 긴 해안선을 타고
다음 항구까지 갈 수 있는 집의 도면이 고립에게서 나왔기에
섬들을 다치지 않게 거실 안으로 들이는 공법은
외로움에게서 배웠다
물 위로 밤이 오가는 시간 내내
지면에 닿지 않고 서성이는 물새들과
파도의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가식으로 정렬된 푸르고 흰 책등이
마을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바다 코앞이지만 바다의 일부를 살짝 가려둘 정도로
주인이 바다를 좋아하니
바다도 집을 좋아해 줄 수 있도록
자연으로 짓는 게 기본
순서를 생각하면 순서가 없고
준비해서 지으려면 준비가 없는
넓고 넓은 바닷가
현관문이 아직 먼데 신발을 벗고
맨발인 마음으로 들어가는 집,
내 집터는 언제나 당신의 바닷가에 있었다
- 『서정시학』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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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font face="Batang" size="2"> 현관문이 아직 먼데 신발을 벗고</font><p style="line-height: 1.8;"><font color="#000000"><span style="font-family: Batang;"><span style="font-size: 10pt;"> 맨발인 마음으로 들어가는 집,</span></span></font></p><p style="line-height: 1.8;"><font color="#000000"><span style="font-family: Batang;"><span style="font-size: 10pt;"> 아름다워요 !</span></span></font></p>
이진여님의 댓글
이진여 작성일
<p>황학주시인이 바닷가에 지은 집은 너무 외로워 </p>
<p>동생에게 내주었다고 합니다</p>
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
<p>첫사랑 애인을 아직 잊지 못한 사람은 </p>
<p>바닷가에 집을 짓지 말 일이다,</p>
<p>누군가의 말처럼...</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