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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 - 백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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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2건 조회 4,191회 작성일 14-04-0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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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

 

                          백상웅

 

여기서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경계를 넘는다.

주소를 바꿔 도를 넘는 거다.

 

여기에 정류장이 하나 있어서, 여기에 쭈그려 앉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있어서

색이 다른 두 버스는 마주보고 유턴을 한다.

방언은 여기에서 태어나고 여기에서 죽는다.

혀는 언덕을 오르고 커브를 돌고 터널을 통과하다가, 요금이 다른 버스를 갈아타고 소읍과 소읍을 전전하다가

여기, 지명조차 도계인 도계로 돌아온다.

 

그간 혀가 상속한 단어는 수천 단어, 수만 음절이랄까.

사랑에 속한 소리, 고독에 속한 소리.

약간의 아부와 약간의 투쟁.

미치거나 침묵하거나.

 

그래도 가끔은 제 안의 강세와 억양의 무늬를 고의로 잊으면서,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지워지면서.

그래도 뜬금없이 생각나면 툭툭 내뱉으면서.

 

때때로 도를 넘는다.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에서 죽는다.

방언처럼 꽃잎이 흩어지고 빗물이 흘러가고 낙엽이 굴러가고 눈발이 날린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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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p>

좋은시 올려 주셨네요. 김향숙시인님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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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얼마 전 도계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