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걸려온 전화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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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걸려온 전화 /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댓글목록
김종헌님의 댓글
김종헌 작성일<p>나에게도 꽃잔치는 얼마 남았는지?</p>
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가객 김광석은 콘서트 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p>
<p>"나는 60이 되면 로맨스를 하고 싶다."</p>
<p>ㅋㅋㅋ 공감되지는 않았지요.</p>
<p> </p>
<p> 그는 요절했습니다.</p>
<p>그러나 노래는 남아 낼모래 60을 바라보는 제 가슴을 잔잔하게 하지요.</p>
<p>숨이 깊게 쉬어집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