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봄이 왔으니 - 김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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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봄이 왔으니
김명리
담장 너머 이웃집에서들 겨울 김장독을 부시는가
진저리처럼 등뒤로 몰켜오는 알싸한 저 냄새
겨우내, 저이들 항아리 속의 들붙은 고춧물맛처럼
언젠가는 깜쪽같이 몸이 들떠서 돌아오지 않을,
누군들 간이 더 깊기 전에
죄다 이대로 확 비우고 나앉고 싶을 마음
그 마음 배로 엎질며
또 봄이 오느니
캄캄해라, 세월의 싱싱냉장고 낮밤없이 돌아가는 그 속
지느러미 등속의 잘 굳은 냉동어육들
죽어서도 때절은 기억의 헐은 네 벽을 에워싸네
그 너머 어딘 듯 못내는 사그라질
꽃들은 또 어쩌자고 이 봄에 門을 여는지
춘삼월 달력그림
물 건너는 한 떼의 비구니승 저물어가고
사람 사는 집집의 새로 돋는 분갈이 화초들
어린 이파리 앞다투어 봄물 어리네
어쩌면 그 봄물 절여 담으실
윤나게 닦아놓은 김장 항아리
겨우살이 한 해의 텅 빈 저 검은 구녁 속,
어른한 봄빛,
오늘 넘치도록 물 담아 되비치는 먹장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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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세월은 어쩜 이리도 빨리 가는지...</p>
<p>작년의 소식들이 올해일로 자꾸만 착각하여</p>
<p>서글퍼집니다.</p>
<p> </p>
<p>여전히 봄은 오고</p>
<p> 나뭇잎들도 푸르게 푸르게 커져 갑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