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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병 - 조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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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0건 조회 3,267회 작성일 14-05-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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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병 

 

 

                                           조용숙

 

내 사후에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이

각막뿐이라는 말에

안구 기증 서명을 하고 나오던 날

멀쩡하던 한쪽 눈이 붉은 등을 내어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세상을 좀 멀리 보라고

가까이 보이는 세상만 쫓아다니느라

분주했던 발길을 묶어버립니다

내가 잘못 본 세상이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먼저 옮겨가는 법이라며

오늘밤에 작은딸 눈에도

붉은 등불 하나 켜 놓고 갑니다

그동안 잘못 본 세상 다 태울 때까지

안구 기증 서류에 사인한 잉크가 다 마를 때까지

저는 이 불씨를 소중히 켜 놓겠습니다

 

- 『모서리를 접다』(시로여는세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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