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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1 - 김초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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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미숙
댓글 0건 조회 4,718회 작성일 14-06-0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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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굿   1

김초혜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사랑굿 1, 문학세계사, 1985>

 

이 시는 지금까지 총 세 권으로 간행된 <사랑굿> 연작 시편 중 첫번째 시이다. 세상에는 인간의 능력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사랑은 그 대표적인 대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사랑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복잡다기한 감정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이루어 가는 두 사람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말할 수 없이 복잡미묘한 심리와 정황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복잡함이 인간 관계의 창조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면 우리의 기대가 지나친 것일까. 사랑의 연작시를 김초혜가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이 아무리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다함 없는 근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굿 1」은 시인이 지향하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에서 사랑하는 사이임이 분명한 그대와 나는 너무도 사랑하지만 서로를 그리워하고 가슴에 품어 두기만 할 뿐 실질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화자는 1연은 그대의 입장에서, 2연에서는 나의 입장에서 진술하고 있다. 그대는 만남이 싫어서가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며, 나는 버릴 수도 얻을 수도 없는 사랑의 화염으로 인한 이유에서다.
자칫 소극적으로 생각되기 쉬운 이같은 사랑법은 3연에 이르러 역동적인 의미를 얻게 된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아픔보다 그를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리워하며 사는 사랑의 혹독한 이치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감내한다. 사랑의 혹법을 지키며 사는 삶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보다 어쩌면 더 큰 아픔과 인고(忍苦)를 강요받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도 화자는 이것을 감당하겠다고 한다. 금이 가거나 깨어지지 않을 완전한 사랑에의 기원이 사랑으로 인한 어떠한 고통보다도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일치를 이룬 상태이다. 그러나 화자는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를 묶을 줄 안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갖고 싶은 것은 당연한 소망이지만, 그 소망은 집착과 소유욕으로 쉽사리 변질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갖는 사랑보다 갖지 않는 사랑이 더 크고 진실된 사랑이 될 수 있는 것이며, 화자는 그같은 사랑의 길을 애써 가려 하는 것이다.

[해설: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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