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패션쇼 / 이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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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패션쇼
강남 한복판에서 수의 패션쇼가 열렸다
죽음의 옷이 산 사람을 꿰입고
휘황찬란 조명 아래 활보한다
산 사람이 죽음의 옷 속에 담겨 조용히
전시중이다 사람들은
수의 위에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어댄다
조명발을 받은 수의는 이 세상처럼 환한데
수의 속 산 사람의 몸은 무덤처럼 캄캄하다
이제 죽음은
빙초산 맛 같은 불빛 아래 진열되는
상품이 되었다, 나는 후일
어떤 디자인에 맞춰 임종하게 될까
턱시도 수의, 드레스 수의, 무궁화 자수가 만발한
거들치마 수의
대로변에 버젓이 검은 입 벌리고 대기중인 납골묘
아직 새파란 사람들이 저축하듯 유서를 쓰고
영원한 안식인 죽음은
죽은 몸 부릴 곳조차 없다, 상여 붙잡고 울 틈도 없이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가 번쩍번쩍 요란한
박수 소리만 흘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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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명선님의 댓글
최명선 작성일
<p>
조명발을 받은 수의는 이 세상처럼 환한데 <br />수의 속 산 사람의 몸은 무덤처럼 ...<br /></p>
지영희님의 댓글
지영희 작성일
<p>정말 수의 패션쇼라는 것이 있나봐요.</p>
<p> </p>
<p>누구를 위한 패션쇼인지 생각하게 되네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