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은 키가 크다 /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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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은 키가 크다
복효근
요즘 들어 뚱딴지 꽃이 좋아졌다
초가을 저녁 무렵 키 큰 뚱딴지꽃
적막이 좋다
내 그 곁에서 눈물을 들키면
뚱딴지는 그 노란 뚱딴지꽃으로
죄 없이 뚱딴지의 이름을 얻어
뚱딴지같이 꽃 피우는 생도 있다고
달래주지는 않고
뚱딴지 뚱딴지 저 혼자 꽃만 핀다
그러나 내 눈물은 뚱딴지 같아서
그렇지
여기서 엎어지면
뚱딴지도 뚱딴지도 아니리
모든 적막이 절망이 되는 것은
아니리 아직은
키 큰 적막은 갈 길이 멀어서
초가을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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