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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은 키가 크다 /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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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여
댓글 0건 조회 1,987회 작성일 14-09-13 10:06

본문

 

적막은 키가 크다

 

                                   복효근

 

요즘 들어 뚱딴지 꽃이 좋아졌다

초가을 저녁 무렵 키 큰 뚱딴지꽃

적막이 좋다

내 그 곁에서 눈물을 들키면

뚱딴지는 그 노란 뚱딴지꽃으로

죄 없이 뚱딴지의 이름을 얻어

뚱딴지같이 꽃 피우는 생도 있다고

달래주지는 않고

뚱딴지 뚱딴지 저 혼자 꽃만 핀다

그러나 내 눈물은 뚱딴지 같아서

그렇지

여기서 엎어지면

뚱딴지도 뚱딴지도 아니리

모든 적막이 절망이 되는 것은

아니리 아직은

키 큰 적막은 갈 길이 멀어서

초가을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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