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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 /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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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1,942회 작성일 14-09-1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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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낮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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