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배기/ 이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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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갈뫼,138쪽
자배기
이구재
내가 열 살적에 시집 온
새언니는
새벽 물을 길었지요
하얀 광목 행주치마 두르고
자배기 이고
자박자박 풀 이슬에 버선등 적시며
물 길러 샘에 다녔지요
어느 날
새벽달이 샘에 들어앉아
찰방거리며 놀고 있더래요
작은 아가씨 보여 주려고
달을 떠서 자배기에 담고
바가지 엎어 이고
집에 왔는데
물두멍 앞에서
바가질 들어보니
달이 없어진 거에요
아무래도 자배기가
그 큰 입으로 삼켜버린 게 틀림없어요
그런 일이 있은 후
새언니는 배가
보름달처럼 부풀어 올랐답니다.
자배기 : 둥글넙적하고 아가리가 쩍 벌어진 질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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