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 채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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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갈뫼 157쪽
수작
채재순
호숫가 오디를 따다가
새 웃음소리를 들었네
키 큰 수풀 사이로 두 마리가 수작을 하고 있어
행여나 방해될까봐 살금살금 걷고 있는데
이 대책 없는 수작으로 수풀은 우거지고, 꽃 사태 지는 것을
알고 보면 세상은 꼬리치며, 흔들며,
솟구치는 수작으로 가득하네
수많은 그것이 세상을 살리고
근사하지 않는 생에 숨결을 불어 넣어주네
잠시 우왕좌왕하는 시간에게
그 소용돌이를 빠져나오도록 해주네
몸 낮추고, 마음 포개는 순간
한 잎, 한 잎 입술에 묻어나는 꽃잎 편지
주체하지 못해 웃음보 터지는 봄,
탱탱해진 들녘이 숨 가쁘게 출렁대는데
물보라, 저것은
또 누구의 수작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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