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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살아났다 /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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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1,783회 작성일 14-12-29 05:00

본문

갈뫼 44집 194쪽



아버지가 살아났다

                                          김종헌

                     

염색하러 미장원에 갔다
피곤한 눈 잠깐 감았다 뜨니
오래전 땅속에 묻었던
아버지가 거울 속에 앉아 있다


길게 찢어진 눈
두툼한 입술을 비틀며
살아 평생
못다한 말이 남았는지
소리 없이 나와 마주보고 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단어들이
무덤 같은 거울 속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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